검은 고양이
포 · 1809~1849

포





내가 지금부터 쓰고자 하는 가장 무섭고 가장 추악한 이 이야기를 믿어 달라고 기대하지도 간청하지도 않는다. 내 감각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마당에 그런 기대를 한다는 것은 미친 짓일 것이므로.

나는 미치지도 않았고, 분명 꿈을 꾸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나는 내일 죽을 몸이고, 그래서 오늘 영혼의 짐을 벗어 던지고 싶을 뿐이다. 내 간절한 소망은 한 평범한 가정에서 일어난 몇 가지 사건을 솔직하고 간결하게 군더더기 없이 세상 사람들에게 소개하려는 것뿐이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나를 공포에 빠뜨리고 괴롭혔으며 파괴했다. 그렇다고 미주알고주알 줄줄이 늘어놓고 싶지는 않다. 이 사건은 내게 공포를 주었지만 많은 분들에게는 공포보다 기이함을 줄 것이다.

앞으로 내 공상을 평범한 것으로 만드는 어떤 지성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내 지성보다 훨씬 냉정하고 논리적이며 차분한 그 지성은 내가 두려움에 떨며 설명하는 이 사건이 자연스러운 원인과 결과의 평범한 연속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할 것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온순하고 다정다감했으며, 마음이 여렸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곤 했다. 나는 동물을 무척 좋아했고, 부모님은 그런 나에게 여러 가지 애완동물을 사다 주었다. 나는 애완동물과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먹이를 주고 어루만져 줄 때면 더없이 행복했다.

이런 성향은 나이가 들면서 더욱 강화되어 어른이 되어서도 애완동물에게서 큰 기쁨을 느꼈다. 충성스럽고 영리한 개를 사랑해 본 사람들에게는 개에게서 얻을 수 있는 강렬한 만족감이 무엇인지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짐승의 비이기적이고 자기희생적인 사랑 속에는 보통 사람의 천박한 우정과 경박한 충실성을 자주 겪어 본 사람들의 마음에 곧바로 호소하는 무엇인가가 깃들어 있다.

일찍 결혼한 나는 아내가 나와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즐거워했다. 내가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참으로 만족스러운 녀석들을 사들였다. 우리 집에는 새들과 금붕어, 멋진 개, 토끼들, 작은 원숭이,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는 정말 크고 예뻤으며, 온몸이 새까맣고 놀랄 만큼 영리했다. 고양이가 영리하다는 말이 나올 때면, 내심 적잖이 미신을 믿고 있는 아내는 검은 고양이는 마녀가 둔갑한 것이라는 옛 전설을 들려주곤 했다. 지금 이 순간 그 말이 언뜻 떠오르니까 하는 말이지, 아내가 그 점에 특별히 마음을 두었다는 것은 아니다.

플루토 ─ 이것이 고양이의 이름이었다 ─ 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 상대였다. 나만이 먹이를 주었고, 내가 집 안을 돌아다니면 어디든지 따라다녔다. 외출할 때 고양이를 떼어 놓으려면 무척이나 힘들 정도였다.

우리의 우정은 이런 식으로 여러 해 지속되었다. 그런데 ─ 고백하기 부끄러운 일이지만 ─ 그동안 나의 기질과 성격은 폭음 때문에 나쁜 쪽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날이 갈수록 더욱 우울해지고, 조급해지고, 다른 사람의 기분은 헤아리지 않게 되었다. 아내에게 폭언을 일삼고, 마침내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했다.

물론 애완동물들도 내 성격의 변화 때문에 고생해야 했다. 나는 그들에게 무심했으며 함부로 대했다. 우연히 또는 애정을 나타내며 나에게 다가올 때, 나는 예사롭게 토끼들과 원숭이와 개조차 못살게 굴었지만 플루토만은 아직도 애정을 가지고 괴롭히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그러나 병은 깊어만 갔고 ─ 알코올 중독은 한번 빠져 들면 벗어나기 힘든 병이다 ─ 게다가 플루토도 나이가 들어 제법 까다로워졌던 탓인지, 나는 플루토마저 못살게 굴었다.

어느 날 저녁, 술에 잔뜩 취해 시내를 기웃거리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고양이가 나를 피하는 것 같았다. 고양이를 붙잡자, 고양이는 내 거친 행동에 놀라 이빨로 손에 가벼운 상처를 냈다. 그 순간 나는 급작스레 악마와 같은 분노가 치솟았으며 제정신이 아니었다. 영혼은 육신을 떠나고, 악마보다 더한 술에 찌든 나쁜 마음이 정신을 온통 집어삼켰던 것이다.

나는 불쌍한 짐승의 목을 단단히 잡고 조끼 주머니에서 주머니칼을 꺼내 유유히 한쪽 눈을 도려냈다! 이 저주받을 잔인한 행위를 써 내려가자니, 부끄럽고 얼굴이 달아오르고 온몸이 떨려 온다.

아침이 되어 정신이 돌아왔을 때 ─ 지난밤의 술기운에서 깨어났을 때 ─ 유죄가 마땅한 범죄에 대해 두려움과 뉘우침이 뒤섞인 감정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것은 피상적이고 확실치 않은 감상이어서 내 마음을 흔들어 놓지는 않았다. 나는 다시 폭음에 빠져 이 행동에 대한 기억을 술에 파묻어 버렸다.

한편 고양이는 서서히 건강을 되찾아 갔다. 눈에는 처참한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지만 아파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여느 때처럼 집 안을 돌아다녔지만 내가 눈에 띄기만 하면 몹시 놀라 도망치곤 했다.

옛 심성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때 그토록 나를 따랐던 짐승이 명백히 나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자 처음에는 슬픔을 느꼈다. 그러나 그런 감정은 곧 노여움으로 바뀌었고, 마침내 나를 결정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이끌려는 듯 사악함이 찾아들었다.

이런 정신 상태에 대해 철학은 아무런 설명을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내 영혼이 살아 있음을 확신하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이런 사악함은 인간 정서의 원시적 충동이며, 불가분적이고 근원적인 기능, 또는 인간의 성격을 좌우하는 감정이라고 확신한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골백번 사악하고 어리석은 행위를 저지르지 않는가? 우리는 가장 현명한 판단을 무릅쓰면서까지 단순히 법률이 그래야 한다고 이해하는 까닭에 법률을 위반하려는 끊임없는 충동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이 사악함이 나를 결정적인 파멸로 이끌었다. 나로 하여금 죄 없는 짐승을 끊임없이 못살게 굴고 마침내 죽게 만든 것은 자신을 괴롭히고, 자신의 본성에 폭력을 가하고, 악을 위해 악을 행하는 이 같은 영혼의 저항할 수 없는 동경인 것이다.

어느 날 아침 나는 냉혹하게도 고양이 목에 올가미를 감아 나뭇가지에 매달았다. 눈물을 흘리며, 마음 한구석에서 모진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그렇게 매달았다. 고양이가 나를 따랐다는 것을, 고양이를 괴롭힐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매달았다. 그런 행위를 함으로써 죄를 범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매달았다. 그 죄는 ─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 가장 자비로운 신과 가장 무서운 신의 무한한 자비로움의 손길조차 닿을 수 없는 장소에 나의 죽지 않는 영혼을 던져야 할 만큼 끔찍한 죄였다.

이 잔인한 행위가 있던 날 밤, 나는 “불이야!”라고 외치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침대 커튼에 불이 붙어 집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아내와 하인과 나는 가까스로 불길 속에서 빠져나왔다. 집은 완전히 파괴되었으며 재산은 거덜 났고, 그 후 나는 깊은 절망에 빠져 버렸다.

나는 재난과 잔혹 행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나 궁리해 볼 만큼 약골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일어났던 사실을 써 내려가는 마당에 불완전하더라도 가능한 연관성은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불이 난 다음 날 잿더미가 된 집을 찾았다. 한쪽 벽만 빼고 벽은 모두 주저앉았다. 집 한가운데 자리 잡고서 내 침대 머리가 맞닿아 있던 그다지 두껍지 않은 칸막이 벽이었다. 나는 최근에 새로 칠한 회칠 덕분에 불길을 웬만큼 견뎌 냈다고 생각했다.

벽 근처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한 곳을 열심히 조사하는 것 같았다. ‘이상하군!’, ‘신기해!’ 이런 소리가 들려왔고, 내 호기심을 끌었다. 벽으로 다가간 나는 흰 벽면에 부조로 새긴 듯한 거대한 고양이의 모습을 보았다. 흔적은 놀랄 만큼 정확했다. 목에는 올가미의 모습도 남아 있었다.

이 유령 ─ 달리 생각할 수는 없었으므로 ─ 을 처음 보았을 때, 놀라움과 공포는 극에 달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니 마음이 놓였다. 내 기억에 따르면, 나는 집의 정원에 있는 나무에 고양이를 목매달았다. 불길에 놀란 사람들이 삽시간에 정원으로 모여들었을 테고,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나무에서 밧줄을 잘라 내 고양이 시체를 열린 창을 통해 내 방으로 던졌을 것이다. 나를 깨우려고 그랬겠지. 다른 벽이 무너지면서 내 잔인함의 희생물은 새로 바른 회벽에 쑤셔 박혔고, 회칠이 불꽃과 시체가 뿜어내는 암모니아 가스와 함께 내가 보았던 형상을 남겨 놓았을 것이다.

이 놀라운 사실을, 양심에 따른 것은 아니라 해도, 이성에 따라 지금처럼 설명하고는 있지만 이것이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틀림없었다.

여러 달 동안 나는 고양이의 환영을 지울 수 없었으며, 양심의 가책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애매한 감상에 젖어 있었다. 고양이를 잃은 것이 아쉬워 그것을 대신하려고 같은 종류라든가 조금이라도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를 찾으려고 그 무렵 뻔질나게 드나들던 술집을 둘러보곤 했다.

어느 날 밤 반쯤 술에 취해 그 지저분한 술집에 앉아 있는데, 술집의 커다란 술통 위에 누워 있는 시커먼 물체가 눈길을 끌었다. 한참 동안 술통 위를 끈질기게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 물체가 좀 더 일찍 눈에 띄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나는 다가가 손을 뻗어 만져 보았다. 그것은 플루토만큼 크고, 한 가지만 빼놓고는 플루토를 꼭 빼닮은 검은 고양이였다. 플루토는 온통 검은색이었지만, 이 고양이는 가슴 쪽을 거의 뒤덮은 선명하지 않은 하얀 반점을 지니고 있었다.

내가 쓰다듬자 고양이는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가르랑거리며 내 손에 몸을 문질렀다. 내가 알은체를 하는 것이 좋았던가 보다. 그것은 내가 찾던 고양이였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주인에게 고양이를 사겠다고 제안했다. 그랬더니 주인은 자신은 임자가 아니며, 그 고양이를 알지도 못하고, 전에 본 일도 없다고 말했다.

나는 계속 쓰다듬어 주었고, 내가 집으로 돌아가려 문을 나서자 고양이도 나를 따라왔다. 길을 가면서도 나는 자주 몸을 숙여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집에 와서 고양이는 금방 길들여졌고, 아내도 대번에 고양이를 아주 귀여워하게 되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마음속에서 고양이에 대한 미움이 다시 솟아올랐다. 내 예상과 정반대로 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고양이가 나를 따르는 것이 오히려 불쾌하고 귀찮았다. 이런 불쾌함과 귀찮음은 차츰차츰 끔찍한 혐오로 변해 갔다.

일종의 부끄러움과 전에 저지른 잔인한 행동에 대한 기억이 고양이를 육체적으로 못살게 구는 일을 막아 주었던 탓에 나는 고양이를 피해 다녔다. 여러 주 동안 고양이를 때리거나 괴롭히지 않았다. 하지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증오심을 품게 되었고, 전염병 환자의 숨결을 피하려는 것처럼 그 혐오스러운 모습을 말없이 피했다.

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온 다음 날 아침에 그것이 플루토처럼 한쪽 눈이 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나의 증오심을 키웠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얘기했듯이 무척이나 다정다감한 내 아내는 이 점 때문에 고양이를 더욱 귀여워했다. 이런 성격은 한때 나의 특징이었으며, 소박하고 순수한 내 즐거움의 원천이었다.

내가 미워할수록 고양이는 더욱 나를 따르는 것 같았다. 고양이는 독자들을 이해시키기 곤란할 만큼 끈질기게 나를 따라다녔다. 의자에 앉을라치면 그 밑에 웅크리거나 무릎 위에 뛰어올라 징그럽게 몸을 비벼 댔다. 자리에서 일어나 걸을라치면 다리 사이로 끼어들어 넘어질 뻔하게 만들거나, 옷에 길고 날카로운 발톱을 찔러 넣으며 가슴팍으로 기어오르기도 했다. 그럴 때면 대번에 때려죽이고 싶었지만, 전에 저지른 범죄 때문에, 아니 사실을 고백하자면 고양이에 대한 더할 수 없는 두려움 때문에 꾹 참았다.

이 두려움은, 달리 규정할 방법이 없지만, 정확히 육체적 불행에 대한 두려움은 아니었다. 중죄수 감방에서조차 고백하기에 부끄럽지만, 고양이가 일깨운 공포와 두려움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하찮은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더욱 커졌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수상한 짐승과 내가 죽인 고양이 사이의 유일한 차이점이 하얀 반점임을 아내는 몇 번이고 내게 환기시켜 주었다. 독자 여러분은 이 반점이 크기는 하지만 원래는 그 모양이 선명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알게 모르게 조금씩 선명해져 ─ 오랫동안 나의 이성은 그것을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부정하려 했지만 ─ 마침내 윤곽이 매우 뚜렷해졌다.

나는 무엇보다 이것 때문에 고양이가 혐오스럽고 무서웠고 죽이고 싶었다. 무어라 표현하기조차 몸서리쳐지는 그 형상은 이제 무시무시하고 소름 끼치는 교수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 그것은 공포와 범죄, 고통과 죽음이라는 서럽고 등골이 오싹한 교수대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제 나는 단순한 인간성의 비참함 너머에 있는 비참함을 맛보았다. 한 마리 짐승이 ─ 내가 그 동료를 경멸에 가득 차 죽여 버렸다고 해서 ─ 전능하신 하느님의 형상을 본떠 만들어진 인간인 나에게 그토록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다니! 오, 신이여! 낮에도 밤에도 저는 휴식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나이다! 낮에는 고양이가 한순간도 내 곁을 떠나지 않았고, 밤이면 시시각각 표현할 수조차 없는 무서운 꿈을 꾸다가 고양이의 뜨거운 숨결이 내 얼굴에 닿는 것을, 그 엄청난 무게가 영원히 내 심장을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도무지 떨쳐 버릴 수 없는 생생한 악몽이었다.

이 같은 고통에 시달리면서 내 안에 남아 있던 희미한 선량함마저 사라져 버렸다. 사악한 생각과 가장 어둡고 가장 악마적인 생각이 유일한 친구가 되었으며, 변덕스러운 성격은 온 세상과 모든 사람에 대한 증오심으로 변했다. 또한, 아무 때고 통제할 수 없이 터져 나오는 급작스러운 분노의 폭발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 들었는데, 그 희생자는 별다른 내색 없이 묵묵히 참아 주는 불쌍한 아내였다.

어느 날 아내는 집안일로 나를 따라 지하실에 내려왔다. 우리는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낡은 건물에서 살고 있었다. 고양이가 나를 따라 가파른 계단을 내려와 나는 하마터면 거꾸로 처박힐 뻔했다. 나는 미치도록 화가 났다. 너무나 화가 나서 이제까지 남아 있던 어린아이 같은 두려움도 잊어버리고 도끼를 들어 고양이를 내리쳤다.

물론 생각대로 내리쳤다면 고양이는 그 자리에서 죽었겠지만, 아내가 손을 들어 내 팔을 잡았다. 아내의 방해를 받자 나는 미치광이처럼 분노하여 아내의 손을 뿌리치고 아내의 머리를 도끼로 내리쳤다. 아내는 끽 소리도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

이 무시무시한 살인을 저지른 나는 재빨리 시체를 숨길 방법을 신중히 찾기 시작했다. 낮이건 밤이건 이웃 사람들 몰래 시체를 집 밖으로 옮길 수는 없었다. 여러 가지 계획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시체를 잘게 잘라 불에 태워 버릴까 하고 생각해 보기도 했으며, 지하실 바닥에 구덩이를 파고 묻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또 마당에 있는 우물에 던져 버릴까, 아무렇지도 않게 상품처럼 상자에 포장해서 인부들로 하여금 집에서 가지고 나가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다.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중세의 수도사들이 희생자를 벽 속에 넣고 쌓았다는 것처럼 나도 지하실 벽에 시체를 넣고 쌓아 버리기로 했다.

그러기에 지하실은 안성맞춤이었다. 대충 쌓아 올린 벽에는 거친 회칠이 되어 있었고, 그마저 습기 때문에 채 마르지 않았다. 더욱이 장식용 굴뚝, 아니면 벽난로 때문에 툭 튀어나온 한쪽 벽은 다른 곳과 비슷하게 꾸미기 위해 무언가를 잔뜩 채워 둔 상태였다. 그 부분의 벽돌을 들어내고 시체를 집어넣은 다음에 원래대로 쌓아 두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계획은 빈틈없었다. 쇠 지렛대로 벽돌을 어렵잖게 들어내고, 약간 까다로웠지만 안쪽 벽에 시체를 조심스럽게 기대어 세운 다음, 원래대로 벽을 다시 쌓았다. 모르타르와 모래와 털을 구해 신경을 곤두세운 채 예전 것과 구별하기 힘든 회반죽을 만들어 새로 쌓은 벽에 조심스레 발랐다.

일이 끝나자 모든 것이 제대로 되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벽은 손끝 하나 대지 않은 듯이 감쪽같았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부스러기도 철저히 주운 뒤 의기양양하여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 정도면 됐어.”라고 중얼거렸다.

다음에 할 일은 파멸을 불러온 고양이를 찾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고양이를 죽여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고양이를 잡았다면 그 운명은 불을 보듯 뻔했겠지만, 그 교활한 짐승은 내 분노가 불러일으킨 폭력에 놀라 몸을 숨기기로 했던 것 같다. 그 혐오스러운 짐승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가져온 가슴속의 깊고 축복받은 안도감이 어떤 것인지는 설명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날 밤 고양이는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온 이후 처음으로 편안하게 푹 잘 수 있었다. 그렇다! 살인이라는 무거운 짐이 내 영혼을 누르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이틀, 사흘이 지나도록 고양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자유인으로서 숨 쉴 수 있었다. 괴물은 두려움에 떨며 집에서 영원히 도망갔다! 그 괴물을 다시 보지 않아도 된다! 이보다 행복할 수는 없다! 사악한 범죄는 나를 별로 괴롭히지 않았다. 몇 번인가 경관의 심문이 있었지만 나는 거침없이 대답해 주었다. 가택 수사도 이루어졌지만 그들이 손에 넣은 것은 물론 없었다. 미래의 행복은 내 손안에 있었다.

그 사건이 있은 지 나흘째 되는 날 뜻밖에도 경관 여러 명이 집으로 들이닥쳐 다시 한 번 철저히 가택 수사를 했다. 하지만 시체를 숨긴 장소를 찾아낼 수 없다고 확신했기에 나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경관들은 조사에 동행해 달라고 명령했다. 그들은 집 안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졌으며, 세 번인가 네 번인가 지하실에도 내려갔다.

나는 털끝만큼도 놀라지 않았다. 심장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잠자는 사람의 심장처럼 평온할 뿐이었다. 나는 지하실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걸으며, 가슴 위로 팔짱을 끼고 유유히 서성거렸다. 경관들은 완전히 의심을 풀고 떠나려 했으며, 억제할 수 없는 기쁨이 내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 나는 의기양양해 무슨 말이든 한마디 하고 싶었다. 그들에게 나의 무죄를 더욱 확실하게 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경관들이 계단을 올라갈 때 나는 기어코 말을 꺼냈다.

“여러분, 혐의를 벗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여러분의 건강을 기원하며 경의를 표합니다. 그건 그렇고 여러분, 이 집은, 이 집 말입니다, 참 잘 지어졌습니다. (아무 말이나 마구 지껄이고 싶은 열정에 휩싸여 나는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도 없었다.) 정말 잘 지어진 집이지요. 벽들은 ─ 여러분, 그냥 가시려고요? ─ 벽들은 단단하게 쌓여 있습니다.”

그 순간 나는 허풍을 떨며 아내의 시체가 세워져 있는 바로 그 부분의 벽을 들고 있던 지팡이로 힘껏 두드렸다.

오, 하느님! 악마의 독 이빨에서 저를 보호하고 구해 주소서! 지팡이 내리치는 소리가 고요함 속에 퍼지자마자 그 벽 속에서 그에 대답하는 듯 무슨 소리가 울려 나왔다. 어린아이의 흐느낌처럼 나지막하고 짧게 끊어지는 울음소리는 길고 높고 기다란 비명 소리로 바뀌었다. 공포와 승리가 뒤섞인 그 소리는 고뇌에 젖은 저주받은 영혼과 그를 파멸시키고 기뻐 날뛰는 악마들의 목구멍에서 동시에 터져 나오는 지옥의 소리였다.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얘기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는 쓰러질 듯이 비틀거리며 반대편 벽으로 걸어갔다. 한순간 경관들은 너무나 놀랍고 무서워 계단 위에 얼어붙어 있었다.

잠시 후 강인한 팔 열두 개가 달라붙어 벽을 뜯어내자 벽은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벌써 대부분의 살이 썩고 핏덩이가 엉겨 붙은 시체가 경관들의 눈앞에 똑바로 서 있었다. 시체의 머리 위에는 그 교활함으로 나를 살인자로 만들고, 결국 나를 교수대로 이끈 그 무시무시한 고양이가 빨간 입을 크게 벌린 채 한쪽 눈을 반짝이며 앉아 있었다. 그 괴물을 무덤 속에 둔 채 벽을 쌓아 버렸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