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손자



죽그릇

옛날 옛적에 북어처럼 배리배리 마른 할아버지가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자와 함께 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눈이 침침하고 귀가 잘 안 들리는 데다 무릎이 달달 떨리고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기력이 쇠약했습니다. 이 정도 소개했으면, 영감님이 깨끗한 식탁보가 깔린 테이블을 이따금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프 그릇을 엎는다거나, 먹던 음식을 흘린다거나…….

아들과 며느리는 고약한 심보를 지녔나 봅니다. 할아버지를 식당 한쪽 구석으로 내쫓아 버렸습니다. 그 후 할아버지는 질그릇에 던져 주는 눈칫밥을 먹어야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쭈글쭈글한 볼 위로 뜨거운 눈물을 흘렸지만, 아들과 며느리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할아버지 손에서 미끄러져 나간 질그릇이 바닥에 떨어져 깨져 버렸습니다. 며느리가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편을 들어주어도 모자랄 아들도 덩달아 야단이었습니다. 그 뒤로 영감님은 나무 그릇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여섯 살배기 손자가 널빤지 조각을 가져와 또닥또닥 무언가를 만듭니다.

아버지가 눈썹을 바싹 추켜세우며 물었습니다.

“뭘 만드니?”

“엄마와 아빠가 식사할 때 사용할 여물통을 만들고 있어요.”

손자가 자못 심각한 얼굴로 말을 이었습니다.

“내가 엄마랑 아빠처럼 어른이 되고 엄마랑 아빠가 할아버지처럼 늙으면, 여기에다 밥을 담아서 저기 바닥에서 먹게 할래요. 식탁이 더러워지면 안 되잖아요.”

아들과 며느리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픈 심정이었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지요. 두 사람은 깊이 뉘우치면서 할아버지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시는 날까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식탁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물론 수프 그릇을 엎어도, 음식을 흘려도 아무도 잔소리를 하지 않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