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아이들



아이들

성경에 인류의 첫 조상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등장하지요. 하느님은 당신의 모습을 본떠 아담을 창조하여 온 세상의 주인이 되게 했습니다. 그런 다음 아담의 갈비뼈 하나를 뽑아 이브를 창조해 둘을 짝 지어 주었지요.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에서 부족한 것 없이 정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약속을 어겼지요. 약속 정말 중요합니다. 하느님은 에덴동산에서 무엇을 먹든 무엇을 하든 상관 안 하겠지만, 선악과라는 과일만은 따 먹지 말라고 당부했답니다. 하지만 이브가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고 말았지요. 물론 아담도 이브의 꾐에 넘어갔고요. 하느님은 아담과 이브를 에덴동산에서 내쫓았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죄의 대가였지요. 이후로 아담과 이브는 먹을 것, 입을 것, 잠잘 곳을 구하기 위해 땀 흘려 일해야 했습니다.

이브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뒤 아들을 딱 둘 낳았습니다. 아벨과 카인인데, 아벨은 양치기가 되었고, 카인은 농부가 되었지요. 이것 또한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약간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이브는 해마다 자식을 하나씩 낳았습니다. 희한한 일이지요. 해마다 태어나는 아이들의 생김새가 정반대였습니다. 한 해는 예쁜 아이를 낳았습니다. 이듬해는 미운 아이를 낳았습니다. 또 이듬해는 예쁜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또 이듬해는 미운 아이……. 이렇게 인류 최초의 조상은 보석처럼 아름다운 열두 명의 아이와 눈도 마주치고 싶지 않을 만큼 못생긴 열두 명의 아이를 거느리게 되었습니다.

이 무렵 하느님은 아담과 이브를 한번 만나 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무리 지은 죄가 밉다고 해도, 자신과 닮은 창조물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걱정이 되었으니까요.

먼저 천사가 찾아와 방문 소식을 알렸습니다.

아담은 시큰둥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 먹여 살리는 일이 보통 일인가요? 그것도 스물네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빽빽 울어 대고 있으니, 그깟 일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지요. 이브는 달랐습니다. 집안 청소를 하고, 꽃을 꺾어 장식을 하고, 집으로 이어지는 길을 깨끗이 쓸었습니다. 내심 하느님이 죄를 용서해 주지는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이브는 예쁜 아이들 열둘을 말끔히 씻기고 머리를 빗기고 나서 새 옷을 꺼내 입혔습니다. 미운 아이들은요? 이브는 귀하신 손님에게 천하의 박색들을 보여 주기 싫었습니다. 꽁꽁 숨겨 놓기로 했습니다. 미운 아이 중 첫째는 지붕의 이엉 아래, 둘째는 건초 더미 속, 셋째는 짚단 아래, 넷째는 아궁이 안, 다섯째는 다락방 그림자 속, 여섯째는 목욕통 안, 일곱째는 물통 속, 여덟째는 동물 가죽 아래, 아홉째는 테이블 보 속! 그리고 나머지 세 아이는 하느님이 막 당도하려는 순간 양 떼 속에 몰아넣었습니다.

“똑, 똑!”

이브가 문을 열고, 반갑게 하느님을 맞았습니다. 그녀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계단에 순서대로 서 있는 예쁜 아이들을 소개했습니다. 하느님은 잠시 키득키득 웃음을 삼키는 눈치더니, 정중하게 손을 내밀어 아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하느님이 예쁜 아이 중 첫째에게 “너는 임금이 될 것이다.” 그리고 둘째에게 “너는 공작이 될 것이다.” 하고 말을 건넸습니다. 셋째는 여자아이였습니다. “너는 백작 부인이 될 것이다.” 시장, 의사, 선장, 학자, 여왕……. 이런 식으로 하느님은 아이들 모두에게 축복에 가득한 운명을 정해 주었습니다.

예쁜 아이들에게 축복받은 미래가 약속되는 것을 보고, 이브는 미운 아이들도 인사를 시키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못났어도 자기 자식들이었으니까요. 그녀는 아이들을 하나씩 둘씩 숨겨 둔 곳에서 데리고 나왔습니다. 때가 까맣게 낀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카락, 냄새가 풀풀 나는 더러운 옷! 그 아이들을 보는 순간 하느님은 다시 한 번 키득키득 웃음을 삼켰습니다. 이윽고 하느님은 미운 아이들 중 첫째 아이부터 축복을 내려 주기 시작했습니다. “너는 농부가 될 것이다.” 다음은 대장장이, 바느질장이, 어부, 베 짜는 직공, 가정부, 양복장이, 병사, 사냥꾼, 방앗간 주인……. 그리고 마지막 아이는 하인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브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 동안 우물거리다 간신히 말을 꺼냈습니다.

“오, 하느님! 이 아이들도 먼저 만나 보신 열두 아이들처럼 제 배에서 나온 자식들인데, 어찌 모진 삶을 살아야 합니까? 불공평합니다!”

하느님이 인자한 눈길로 이브를 바라보았습니다.

“그게 아니지, 얘야. 너에게 열두 명의 예쁜 자식만 있었다 해도, 그들 가운데 반은 미운 아이들과 똑같은 운명을 살아야 했을 것이다. 너는 내가 미운 아이들을 따로 숨겨 놓은 것을 모를 줄 알았니? 다 알고 있었지. 어쨌거나 네가 나중에 그 아이들을 데려왔으니, 모진 삶은 그 아이들 몫이 되고 말았을 뿐이란다. 이걸 알아야지. 아이들은 세상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갈 거란다. 그런데 온 세상에 왕과 귀족만 산다고 생각해 보렴, 어떻겠니? 누가 농사를 짓고, 빵을 굽고, 옷감을 짜겠어? 누가 연장을 만들고, 돌을 캐고, 나무를 베고, 옷을 만들겠어?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서로를 도울 것이다. 마치 우리 몸을 이루는 팔다리와 오장육부가 서로에게 의지하듯 말이야.”

이브는 고개 숙여 인사하며 무릎을 꿇었습니다.

“하느님, 당신을 의심한 죄인을 용서해 주세요.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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