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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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kMyth001
| 봄, 산드로 보티첼리, 1482년, 우피치 미술관 |
출처: Wikimedia Commons


⟨봄⟩이에요. 르네상스 초기에 활약한 산드로 보티첼리의 작품이지요. 정말 멋져요!

“와, 남자도 여자도 모두 늘씬늘씬해.”

“사람들을 이루는 수직선과 나무들을 만드는 수직선이 잘 어울려.”

“얼굴 표정이 왠지 딱딱해 보여. 하지만 그전 세대인 만테냐 같은 이들에 비교해 볼 때, 인물들이 무척 부드러워졌어.”

“나무 사이로 먼동이 터 오고……. 한 편의 시 같은데.”

이렇듯 그림을 보는 방법은 가지각색이랍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방법이 하나 더 있어요.

“왜 제목이 ‘봄’일까? 그림을 통해 화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까?”

맞아요. 그림이 전해 주는 이야기를 들어 보는 방법이에요. 때로는 화가들이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려 했거든요. 이것은 ‘그림 놀이’ 같은 것인데, 재미를 나누다 보면, 예술의 세계와 가까워질 수 있을 거예요.

이 그림에서 보티첼리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을 소재로 해서 봄이 다가오는 아름다운 모습을 표현했어요. 더 나아가 자연과 인간, 신과 인간의 조화로운 하나 됨을 그리고 있지요.

맨 오른쪽에서 양 볼을 불룩이 채우고 바람을 뿜어 대는 이는 봄바람을 나타내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예요. 그 옆에서 제피로스를 사랑에 빠지게 만든 클로리스가 입에서 꽃을 토해 내요. 꽃은 봄을 알리는 천사들이지요. 클로리스에게서 나온 꽃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뿌리를 내리고 있어요. 나중에 클로리스는 꽃의 여신 플로라가 되는데, 플로라는 클로리스 옆에서 온통 꽃으로 치장하고 의젓하게 등장하지요. 어떤 이들은 이 여인을 페르세포네라고 말해요. 페르세포네가 저승 세계의 왕비로 지내다 땅 위의 어머니 품으로 돌아오면 영락없이 봄이 찾아오니까요.

가운데에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그 위로 화살을 겨누는 에로스가 보여요. 사랑의 힘은 봄의 소리이고, 인간과 신과 자연을 하나로 엮는 바탕이기도 하지요.

아프로디테 왼쪽으로는 여신을 모시는 시종이며 아름다움과 우아함과 즐거움을 나타내는 여신들이 둥글게 돌아가며 춤을 추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헤르메스가 보여요. 헤르메스는 신들의 전령이니만큼 사람과 신을 연결해 주고, 평화의 상징이니만큼 이 아름다운 봄 동산을 지켜 주지요.

이렇게 그리스 로마 신화를 들으며, 그림을 보니 한결 그림 보기가 즐겁지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읽는 것만으로도 즐겁지만, 신화를 읽다 보면 사물 보는 눈을 한결 넓힐 수 있답니다. 문학이나 과학 따위 여러 분야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가 낯설지 않게 등장하거든요. 몇 가지 예를 들어 볼게요.

“그날이 오면 너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않은 죄로 사형을 받든지, 또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데메트리우스와 결혼을 하든지, 아니면 아르테미스의 제단에서 영원히 혼자 살겠다는 맹세를 하든지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셰익스피어가 지은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 한 장면입니다. 사람과 요정의 뒤죽박죽 사랑 이야기가 정말로 유쾌하게 전개되지요. 그런데 ‘아르테미스의 제단에서 영원히 혼자 살겠다는 맹세를 하든지’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네, 그래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과 얽혀 있는 말이지요. 아르테미스 여신은 순결을 나타내거든요.

“○○센터는…… ‘생명 공학 인권 윤리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생명 공학 인권 윤리법’에 포함되어야 할 조항으로…… 인간 개체 복제, 인간과 다른 동물의 세포 융합 같은 ‘키메라’ 제조 실험 금지…… 등을 꼽았다.”

신문에 보도된 기사를 빌려 썼어요. 키메라를 만든다는 구절이 등장하네요. 무슨 말일까요? 키메라는 그리스 말로 ‘키마이라’예요. 사자와 양과 용을 한데 모은 괴물로 불을 뿜어 대지요. 이처럼 서로 다른 동물의 세포를 한데 모은 것, 말하자면 유전자를 조작해 만들어 내는 합성 동물을 키메라 동물이라고 한답니다. 키마이라 역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지요.

태양계에는 여러 행성이 있어요. 우리가 사는 지구와 달은 알고 있지요? 또 무엇이 있을까요?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해왕성 따위가 있어요. 이들의 영어 이름은 머큐리, 비너스, 마르스, 주피터, 넵튠. 그리고 그리스 어 이름은 헤르메스, 아프로디테, 아레스, 제우스, 포세이돈! 모두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계가 있네요. 특히 목성 주위를 맴도는 위성의 이름도 재미있지요. 이오, 에우로페, 가니메데, 칼리스토. 왜냐고요? 신화에서는 제우스가 이들의 꽁무니를 쫓아다녔거든요.

‘정말, 그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요? 이제 그림을 보고 신화를 읽으면서 신 나는 책 읽기를 경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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