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 큐피드, 어리석음과 세월
향락에 젖은 귀족 사회에 경고를 보내는 아뇰로 브론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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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너스, 큐피드, 어리석음과 세월, 아뇰로 브론치노, 1545년 무렵, 146.1cm×116.2cm, 런던 국립 미술관 |
출처: Wikimedia Commons


사랑은 눈물의 씨앗?

노는 것 참 좋지요? 그러면 한번 하루 종일 놀아 봐요. ‘어휴, 숙제는 밀렸지. 학원에는 안 갔지, 일기도 써야지…….’ 엄마의 머리 위로 뿔이 돋아나지 않겠어요? 이처럼 즐거움에는 아픔이 따르게 마련이랍니다. 이 그림은 이런 중요한 진리를 잘 드러내고 있어요. ‘벌거벗은 아줌마밖에 없는데, 진리는 무슨 진리?’ 하고 되물을 테지만, 요모조모 짚어 가면서 그림을 잘 들여다보세요.

팔을 뻗어 젊은 여자의 장막을 빼앗으려는 노인이 위에 보이지요? 이 노인은 ‘시간’을 뜻하며, 모든 것을 파괴하는 힘을 말해요. 시간에게서 장막을 빼앗기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여인은 ‘진리’예요. 화살집을 메고 있는 날개 돋친 어린이는 큐피드로 ‘사랑’을 나타내지요. 가운데 여인은 비너스로 ‘아름다움’을 가리키고요. 비너스 옆에서 장미꽃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어린아이는 ‘즐거움’이에요. 이 어린아이의 뒤를 보면 소녀같이 앳된 얼굴을 한 여자가 있어요. 그렇지만 조심! 뱀의 몸통에 사자 다리를 한 괴물이거든요. 따라서 이 여자는 ‘속임수’를 의미해요. 왼쪽에서 머리칼을 움켜쥐고 소리를 지르는 할머니는 ‘질투’랍니다.

정리해 볼까요? “사랑은 즐겁지만, 속임수와 질투가 따르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든 진리가 드러난다.” 어때요, 정말 그런 것 같나요? 아직은 잘 모를 거예요, 히!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들은 너무나도 실력이 뛰어났어요. 제자들은 도무지 스승보다 훌륭한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며 실망에 빠졌지요. 이런 위기감은 이탈리아 미술계에 큰 혼란을 불러왔어요. 그래서 젊은 미술가들은 새로운 표현 방식을 찾고자 노력했어요.

이런 표현 방식 중 하나가 대상을 길게 늘이거나 왜곡시켜 신기한 효과를 주는 것이지요. 16세기 초에 등장한 이 같은 경향을 매너리즘이라고 부르며, 브론치노도 매너리즘 화가에 속한답니다. 파르미자니노가 ⟨긴 목의 성모⟩에서 표현한 긴 목과 팔다리는 매너리즘의 특징을 잘 보여 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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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리즘은 다른 사람의 작품을 모방하거나, 같은 표현을 반복해 독창성을 잃는 경우를 비꼬는 말로도 사용해요.